Various Artists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ie Bad) OST

Various Artists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ie Bad) OST


아마도 올해 개봉된 우리나라 영화중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만한 영화중 하나가 바로 지금 소개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아닐까 한다.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보게된 이 영화는 '한국영화 혐오증(?)' 에 걸린 나에게 꽤나 대단한 치료제로 작용을 했다. 분명히 우리 삶의 일부분이지만 애써 외면하려 했던 사회의 한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이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특히나 액션 장면은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에서 보아왔던 '멋있게' 보이기 위한 액션이 아닌 살아있는 살기위한 액션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본 이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이야기 할 때 '한국 영화사상 가장 처절하면서 리얼한 액션'이라고 말을 한다.

4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을 나타내는 이 영화는 '패싸움', '악몽', '현대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와 세번째 단락인 '패싸움'과 '현대인'에서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전개한 반면 나머지 두개의 단락인 '악몽'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일반 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드보일드 액션 릴레이'라는 말로 영화를 대변하듯이 4개의 단락 모두 4개의 '싸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패싸움'에서는 겁없는 10대들의 패싸움, '악몽'에서는 조폭간의 싸움, '현대인'은 형사와 조폭 중간 보스간의 1대1 싸움, 그리고 마지막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는 조폭들간의 패싸움과 원한이 얽인 두 친구간의 싸움이 벌어진다. 영화에 관한 다른 면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싸움 장면들에서 주로 음악들이 사용되고 있다. 액션 장면들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약간 순화의 차원에서 사용된 것이 있는 반면 영화 내에서의 싸움의 성격을 대변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도 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 영화를 이야기 함에 있어서 항상 이야기 되는 것이 '젊은 영화'라는 것이다. 사운드 트랙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모두 인디 계열의 아티스트로 영화에 사용된 음악 장르가 하드코어/핌프락, 테크노, 모던락 이라는 것은 '젊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쉽게 이해가 간다.

10곡에 23분에 걸친 짧은 러닝 타임의 사운드 트랙은 짧은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수록곡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It is the end' 2곡의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스틸 사진을 첨부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10대 고등학생들의 패싸움에 배경으로 사용되는 곡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하드코어/핌프 계열의 곡이다. 순간적인 기분에 의해 패싸움을 벌이는 10대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는 마초적인 면이 가장 두드러지는 핌프록이 제격이다. 앨범의 두번째 트랙인 '혼란'은 주인공인 '성빈'이 교도소에서 나온 후 주먹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되는 싸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곡은 Brad Fiedel이 작곡한 'Terminator 2'의 수록곡을 연상시키는 테크노 곡으로 긴박감과 속도감을 느낄수 있다. 세번째 단락인 '현대인'에서 사용되는 곡인 '주차장에서 그들은...'. 이 곡은 폭력조직 중간보스와 또다른 주인공인 형사 '석환'간의 주차장 결투에 사용되고 있다. 생과 사를 걸고하는 두사람간의 결투(위에서 내가 말한 '가장 처절하고 리얼한' 액션장면이다)에 사용된 음악이 코믹한 스타일의 기타 연주곡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영화 홈페이지에도 써있듯이 '한 사람의 폭력은 선이고 다른 한 사람의 폭력은 악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조롱이 아닐런지?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을 들라고 하면 십중팔구 여덟번째 트랙인 'It is the end'를 꼽을 것이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상환과 그의 동료들이 상대편 조폭들에게 처절하게(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안다...얼마나 잔인하게 죽어가는지) 죽어가는 장면과 성빈이 석환의 두 눈을 터트리고 석환이 성빈을 죽이는 장면에 흘러나오는 록 발라드 곡이다. 피아노 연주를 바탕으로 잔잔한 현악 연주가 가미된 곡으로 흑백의 화면과 함께 비극적으로 끝나는 영화를 잘 표현하고 있는 곡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The time to go'라는 곡으로 앨범에선 String이 첨가된 버젼이 한곡 더 들어 있다. 'It is the end'를 통해 너무나 깊게 다가온 슬픔을 보듬어 주려는 듯 의외로 담담하게 진행되는 발라드 곡이다.

댄스와 발라드라는 양대 장르로 굳어진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에서 외국의 영화들처럼 제대로 된 사운드트랙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외국음악들을 이잡듯이 뒤져서 사운드트랙을 만들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이러한 점에서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영화 자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음악의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국내 인디 음악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는 것도 좋을듯...


2000.11.28

by 갱도령 | 2006/10/14 07:03 | CD Review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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